이동하는 세계
단순한 공간을 넘어, 그곳에 스며든 시간의 축적으로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곳을 ‘장소’라 한다.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정의하는 과정에서, 인간 실존의 본질적 요소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하고, 때로는 장소와 관계를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정서온 작가에게 ‘포항’은 고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성장기의 시간과 기억은 작가가 예술적 감각과 세계관을 형성한 원천으로 작용했다. 성인이 되어 낯선 도시에서 거리감과 소외감, 이질감 같은 감정을 겪고 귀향한 ‘포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이상적 그리움의 장소로 작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작가는 고정성과 이동성을 동시에 품은 이곳의 삶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를 인간과 장소, 관계의 불안정성에 이입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동하는 세계>는 정서온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장소와 맺어진 관계를 재정의하고, 느끼는 감정을 시각화한다. 작품은 심리적·정서적 관계, 상실이 초래한 현실과의 단절에서 나타나는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과연 장소를 어떻게 정의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워하는 ‘이상향’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끝없이 찾아 헤매야만 하는 허상인가? 와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내재된 정신적 가치와 본질을 탐구하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 전시서문 中 -
■ 전시기간 : 2024. 10. 15.(화) ~ 10. 23.(수) 09:00-18:00 (일요일 휴관)
■ 전시장소 : 포항문화예술팩토리 4F 아트갤러리
■ 작가와의 대화 : 2024. 10. 19.(토) 1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