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 권영국과 데이터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은이 만나, 산업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는 협업전이다. 권영국은 포스코 연연속 열간압연 기술을 세계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안정화·정밀화한 압연 전문가이며, 2024년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44년간의 현장 경험 속에서 기술을 발전시켜온 그는 산업 전환기에 놓인 기술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살핀다. 김희은은 기술적 환원주의를 넘어 관계 중심의 데이터 사운드화를 실험하는 작가이며, BDSS(Behaviour-Driven Systemic Sonification)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산업 데이터와 감각적 경험을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은 ‘손끝의 알고리즘(Embodied Algorithms)’과 ‘엔들리스 핫 스트립 롤링(Endless Hot Strip Rolling)’이다.
‘손끝의 알고리즘’은 열간압연 공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시각과 소리로 변환한 설치작품이다. ‘쌓인 알고리즘(Archived Algorithms)’에서는 다층 구조의 데이터 패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AR코드를 통해 실시간 그래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흐르는 알고리즘(Responsive Algorithms)’에서는 롤 포스, 갭, FRA 값에 기반한 가상 에이전트들이 자율적으로 소리를 생성하며, 관객은 손동작 인식을 통해 이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를 통해 숙련된 명장이 공정을 조율하듯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경험할 수 있다.
‘엔들리스 핫 스트립 롤링’은 권영국 명장이 20년간 몰두해 온 연연속 열간압연 기술의 정착과 제어 시스템 개선 과정을 담았다. 세계 최초 소성가공 접합방식의 열간 연연속 압연 기술 개발과 그 지속을 위해 노력해온 여정을 기록하며, ‘Endless’라는 제목에는 앞으로도 기술과 장인의 정신이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전시 첫날인 8월 22일에는 오프닝 행사가 열리며, 참여 작가들이 직접 이번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어 9월 5일(금) 오후 4시에는 ‘오픈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술의 비가시적 과정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공유하고, 산업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포항문화재단(054-289-7872)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